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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베즈메노프 인터뷰 - KGB 살생부, 방글라데시 혁명 잘 사는데 필요한 이야기



망명한 전직 KGB 선전선동 전문가 유리 알렉산드로비치 베즈메노프(Yuri Alexandrovich Bezmenov)의 1984년 인터뷰 동영상의 일부를 여기에 세번째로 정리해 본다. 이전에 정리한 게시물은 아래와 같다.

유리 베즈메노프 인터뷰 - 소련의 실상과 붕괴 가능성

유리 베즈메노프 인터뷰 - 이데올로기 전복(ideological subversion)

여기에 정리하는 부분은 인터뷰 동영상의 54분43초부터 1시간3분35초까지이며, 베즈메노프는 KGB의 살생부와 방글라데시 혁명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유리 베즈메노프:
이 사진은 인도 주재 소련 대사관의 부속 건물과 제 감독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왼쪽에 있는 인물은 인도 공산주의자 "메흐디"라는 사람이고 오른쪽에 있는 인물은 선전연구부의 "미트로힌"입니다. 이 부서는 선전과도 무관하고 연구와도 무관합니다. 이 부서의 업무는 여론에 영향력을 지닌 개인들의 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하여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출판업자들, 편집장들, 기자들, 영화배우들, 교육자들, 정치학 교수들, 국회의원들, 사업가들 등인데, 이들은 통상 2개 집단으로 나누어 분류되었습니다. 소련의 외교정책을 지지하는 자들은 권력을 가진 위치에 갈 수 있도록 우리가 언론과 여론조작을 동원하여 지원하는 대상입니다. 반면에 소련의 영향력을 거부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인신공격을 퍼부어 사회적으로 매장하거나 혁명의 시기가 오면 실제로 살해하여 제거할 것입니다.

남 베트남(South Vietnam)의 휴에(Hue)에서 일어났던 사건과 같은 방식이죠. 베트콩이 이 도시를 단 이틀 동안 점령했었는데, 수천명의 베트남인들이 하룻밤만에 총살되었습니다. CIA는 공산주의자들이 대체 어떤 방법으로 해가 뜨기 4시간 전에 그 많은 사람들의 거주지를 파악해서 한꺼번에 체포하여 도시 외곽으로 데려가 총살했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해답은 단순합니다. 공산주의자들이 들어오기 이미 한참 전부터 이발사들, 택시 운전사들 등 지역 사정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주민들이 정보원 역할을 하고 있어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동향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미국을 지지하는 자들은 모조리 총살되었는데, 이는 하노이 주재 소련 대사관의 지휘에 따라 진행되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뉴델리 주재 소련 대사관에서도 똑같은 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죠.

저는 제거 대상자 목록을 정리한 문서에서 저와 친하게 지내던 친소련 성향의 기자들 이름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이상주의적인 좌파였는데 이미 소련을 여러 차례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KGB는 인도에 혁명 또는 급진적인 변화가 오는 시기에 이들을 다 제거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진행자:
왜 그런가요?

유리 베즈메노프:
왜냐하면 그들은 너무 많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쓸모 있는 바보들, 소련 사회주의가 정말로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체제라고 믿는 자들은, 그 환상에서 깨어나는 순간에 가장 극렬한 적대세력으로 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의 KGB 교관은 이렇게 가르쳤습니다. "좌파들은 신경 쓰지 마라. 그런 정치적 매춘부들은 아예 잊어버리고 더 높은 곳을 지향해야 한다. 수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보수 성향의 언론을 노려라. 엄청나게 부유한 영화 제작자들, 학계의 지식인들, 냉소주의와 자아도취에 매몰되어 천사 같은 얼굴로 거짓말을 내뱉는 자들을 포섭하라." 도덕성이 결여되어 있고 탐욕적인 자, 자기 자신이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믿는 자, KGB는 이런 자들을 포섭하고자 했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을 그렇게 제거할 필요가 있습니까? 그들도 이용 가치가 있지 않나요?

유리 베즈메노프:
그들은 국가를 불안정화(destabilization)하는 단계까지만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좌파들을 봅시다. 수많은 좌성향 교수들, 그리고 아름다워 보이는 인권운동가들은 오로지 불안정화 단계까지만 중요합니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전혀 필요가 없습니다. 이들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이들중 일부가 실제 마르크스-레닌주의자들이 권력을 잡는 시점이 되면 환상에서 깨어날 것입니다. 자신들이 권력을 잡을 것이라고 생각해왔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며 오히려 벽 앞에 일렬로 서서 총살당하겠죠. 실제로 이들이 권력을 잡으면 오히려 마르크스-레닌주의자들에 대해 가장 적대적인 세력으로 변합니다.

니카라과(Nicaragua)에서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죠. 전직 마르크스-레닌주의자들 대부분이 감옥에 갇혔고 이들중 하나는 산디니스타(Sandinista,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에 대항해 싸우고 있습니다. 그레나다(Grenada)에서도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모리스 비숍(Maurice Bishop)은 마르크스주의자였는데, 새로 등장한 마르크스주의자의 손에 죽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Afghanistan)도 마찬가지입니다. 타라키(Taraki)는 아민(Amin)이 죽였고, 아민은 KGB의 지원을 받은 바브락 카르말(Babrak Karmal)이 죽였습니다. 방글라데시(Bangladesh)도 마찬가지죠. 강한 친소련 성향의 좌파인 무지부르 라흐만(Mujibur Rahman)을 암살한 것도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추종하는 그의 동료들이었습니다. 어디에서나 전부 다 같은 양식을 나타냅니다. 쓸모 있는 바보들, 이상적인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목적이 달성된 후에는 전부 죽이거나 추방하거나 아니면 쿠바(Cuba)처럼 감옥에 가둡니다. 쿠바의 수많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따라서, 소련에 협조하던 인도인 대부분이 제거 목록에 올라가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아냈을 때 저는 역겨움을 느꼈습니다. 정신적으로도 충격이고 몸까지 아프더군요. 하루는 대사 집무실에서 회의를 하는데, 일어나서 "국가간의 우정과 합의 같은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고 그냥 우리는 살인자 집단"이라고 소리치고 싶은 충동이 일었습니다.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해주는 유서 깊은 국가에 대해서 우리는 깡패짓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망명하지 않고 이 사실을 알리려고 했습니다만 놀랍게도 아무도 들으려 하지 않더군요. 저는 온갖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언론사에 편지를 보내거나 유실된 문서가 발견된 것처럼 꾸며서 제보를 했습니다만, 심지어 보수 성향의 언론에서조차 저에게 응답을 하지도 않았고 제보한 내용을 보도하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망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된 시점은 방글라데시 사태였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이를 "이슬람 풀뿌리 혁명(islamic grassroot revolution)"이라고 표현했는데, 완전히 거짓입니다. 이것은 이슬람과 아무런 관계도 없고 풀뿌리 혁명도 아닙니다. 이런 종류의 혁명은 모두 고도로 훈련된 조직의 작품입니다. 일반 민중과는 무관합니다.

방글라데시 사태는 일반 국민과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아와미 연맹(Awami League) 정당에 속한 자들 대다수가 모스크바(Moscow)에 있는 당교(黨校, high party school)에서 교육을 받았고, 묵티 파우지(Mukti Fauj, 인민군) 사령관들 대다수가 - 스와포(SWAPO, South West Africa People's Organisation, 나미비아 해방군) 같은 세계 각국의 소위 "해방군"들과 마찬가지로 - 루뭄바 대학(Lumumba University), 심페로폴(Simferofol)과 타슈켄트(Tashkent)에 있는 KGB 시설 등지에서 훈련을 받았습니다.

저는 인도 영토가 동 파키스탄(East Pakistan, 현재의 방글라데시)을 파괴하기 위한 교두보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천명의 소위 "학생"이라는 자들이 인도를 거쳐 동 파키스탄으로 들어가고 있더군요. 인도 정부는 모른척 했습니다. 그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인도 경찰도 알았고 인도 정보부도 알고 있었습니다. KGB는 당연히 알고 있고, 심지어 CIA도 알았습니다. 그 부분이 정말 화가 나는데요. 왜냐하면 제가 망명을 한 후에 CIA 요원들과 면담을 할 때 동 파키스탄에서 언제 사건이 터질지 모르니 주시해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저에게 제임스 본드 소설을 너무 많이 읽는 것 아니냐고 하더군요.

어쨌든, 동 파키스탄은 무너질 운명이었습니다. 캘커타 주재 소련 영사관에서 근무하던 제 동료가 술을 잔뜩 마시고 취해서 좀 쉬려고 지하 창고로 내려갔는데, 커다란 상자들이 쌓여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상자에는 "다카 대학(Dhaka University)으로 보내는 출판물"이라고 적혀 있었죠. 동 파키스탄의 수도가 다카입니다.

그는 술에 취하기도 했고 호기심이 생겨서 이 상자를 열어 보았는데, 출판물은 없고 칼라슈니코프(Kalashnikov) 소총과 탄약이 있었죠. 아무튼 얘기하자면 깁니다. 동 파키스탄 혁명공작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당장 망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 탈출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어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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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채널 2nd™ 2020/09/10 01:00 # 답글

    >> 공산주의자들이 들어오기 이미 한참 전부터 이발사들, 택시 운전사들 등 지역 사정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주민들이 정보원 역할을 하고 있어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동향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던 것

    6.25 사변 때도 북조선의 군바리들이 후퇴할 적에 일괄적으로 남조선이 유력(?) 인사들을 갖은 방법으로 싸그리 다 끌고 갔다는.... 아예 남침을 개시하기도 전에 완벽한 '리스트'를 준비해 놨다고 ;;;;

  • 반달가면 2020/09/10 10:30 #

    저도 그 비슷한 얘기는 들은적이 있습니다만, KGB에서 친소련 성향의 인물들도 제거 대상에 대거 포함시켰다는 점이 새롭네요.
  • 광주폭동론 2020/09/10 01:10 # 답글

    공산주의 광풍은 이제 지나갔죠.
    소련이 붕괴되자 김조는 청동기 시대의 계급지배도적 또는 이씨왕조가 지어낸 정통성으로 매도하던 단군의 무덤을 날조하고는 대대적으로 선전했습니다.
    단군의 무덤이 아니라 공산주의의 무덤인 셈이죠.
    미군주둔에 기생해서 근근이 연명하는 봉건적 세습체제일 뿐입니다.
  • 반달가면 2020/09/10 10:31 #

    지나갔다기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간판을 바꾼 형태로, 북한보다는 오히려 우리나라를 비롯한 민주국가 안에서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 "다 같이 잘 사는" 허황된 유토피아, 결과의 평등, 보편적 복지 같은 간판을 달고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미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BLM 같은 단체도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만든 것이고요.
  • 광주폭동론 2020/09/10 11:01 #

    BLM을 막시스트가 일으켰다는 이야기는 광주사태를 빨갱이들이 일으켰다는 말과 같습니다. BLM은 흑인의 인종주의(racism), 광주사태는 전라도의 지역주의(regionalism)죠.
  • 반달가면 2020/09/10 11:53 #

    BLM 공동창립자인 패트리스 컬러스가 한 인터뷰에서 "BLM은 이데올로기 프레임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는 훈련된 마르크스주의자"라고 직접 밝혔습니다.
  • 광주폭동론 2020/09/10 12:27 #

    폭동의 동기가 인종차별에 대한 피해의식이고 폭도들이 요구하는 것도 동일합니다. 사유재산 철폐나 종교미신 타파와 같은 요구는 전혀 없어요.
  • 반달가면 2020/09/11 22:24 #

    사유재산 철폐나 종교금지 같은 전형적인 공산주의적 조치는 이데올로기 전복의 마지막 단계에나 가능한 것이므로, 지금 시점에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 nolifer 2020/09/10 09:32 # 답글

    이제 빨갱이새끼들의 전술을 좀 아셨습니까?
  • 반달가면 2020/09/10 10:31 #

    굳이 그렇게 시비조로 댓글을 쓰실 필요가 있는지요?
  • nolifer 2020/09/10 10:43 #

    시비조로 들리셨다면 사과드리겟습니다.
  • KittyHawk 2020/09/10 21:11 # 답글

    당장 레닌부터가 일반인들의 삶을 파괴해서라도 혁명을 해야 한다는 발언을 남겼을 판이었죠. 소련 붕괴 후 러시아내 일각에서 레닌의 묘를 치워버리자는 말이 나올만도 했다는 생각이 들게 되지요.
  • 반달가면 2020/09/11 22:25 #

    유물론을 믿는다면 사람도 단지 물질의 집합체일텐데, 생명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나만 안 죽으면 남이야 어떻게 되던지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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