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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베즈메노프 인터뷰 - 소련의 실상과 붕괴 가능성 잘 사는데 필요한 이야기



망명한 전직 KGB 선전선동 전문가 유리 알렉산드로비치 베즈메노프(Yuri Alexandrovich Bezmenov)의 1984년 인터뷰 동영상의 일부를 여기에 두번째로 정리해 본다. 첫번째로 정리한 "이데올로기 전복(ideological subversion)"에 대한 내용은 이전에 작성한 게시물을 참고하자. 여기로.

여기에 정리하는 부분은 인터뷰 동영상 4분30초부터 13분12초까지의 내용이며, 베즈메노프는 소련 생활의 실상과 체제 붕괴 가능성 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진행자:
미국에서는, 주로 대학에서 그렇습니다만, 소련 체제는 미국과 다르지만 아주 많이 다르지는 않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세계의 모든 국가체계가 결국은 부패, 거짓, 폭압 등으로 수렴한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볼 때 공산주의 치하의 삶과 미국에서의 삶은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십니까?

유리 베즈메노프:
양쪽의 삶은 매우 크게 다릅니다. 경제적으로 소련은 국가자본주의(state-capitalism)이며, 개인은 아무런 권리도, 가치도 없습니다. 인간의 생명도 가치가 없어서 곤충과 비슷한 수준의 소모품일 뿐입니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최악의 범죄자조차 인간 대접을 받습니다. 일부는 자신의 범죄를 이용해 오히려 돈을 벌기도 하는데, 옥중에서 회고록을 집필하면 정신 나간 출판사들이 거액을 지불합니다.

일상생활에서의 차이는 다양한데 누구에 대한 얘기를 하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공산주의로 인한 피해를 입은 바가 없습니다. 군부 고위 장교 집안에서 자랐으니까요. 대부분의 기회가 저에게 열려 있었고 대부분의 비용은 정부에서 지불했습니다. 통치세력이나 경찰과 마찰을 빚었던 적도 없습니다. 소위 "사회주의 체제"의 장점을 즐길 수 있는 위치였죠.

제가 망명한 주된 이유는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도의적 분노 때문이었습니다. 소련 체제의 비인간적인 방식에 대해 반발했기 때문이죠.

진행자: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유리 베즈메노프:
가장 분노했던 점은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지식인들에 대한 폭압이었습니다. 스탈린의 무자비한 폭압과 후르시초프의 일종의 자유화 사이의 격동기를 살았던 젊은 학생의 눈에는 극도로 혐오스러운 광경이었습니다.

두번째로, 인도 주재 소련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시기에, 소련이 인류 역사의 그 어떤 제국주의 식민통치와 비교해도 백만배나 폭압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커다란 충격을 받았습니다. 소련은 인도에 자유, 진보, 우정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인종차별, 착취, 노예제도, 그리고 경제적 비효율성을 가져다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인도를 사랑하게 되면서 KGB 기준에서 볼 때 극도로 위험한 상태에 빠졌는데, "분열된 충성심(split loyalty)"이라는 것입니다. KGB 요원이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국가를 조국보다 더 사랑하는 상태가 된 것이죠. 저는 글자 그대로 인도라는 아름다운 국가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극명하게 대조적이고 겸손하고 관대하며 철학적/지성적 자유가 존재하는 곳이었습니다. 6천년전에 제 조상들이 동굴에서 날고기를 먹었을 때 인도는 이미 고도의 문명을 이룩했습니다. 저는 끔찍한 소련 정권과 완전히 결별하기 위해 망명을 선택했습니다.

진행자:
우리는 스탈린 시대의 집단수용소와 노예노동수용소에 대한 내용을 많이 접했습니다. 미국의 일반적인 시각은 이런 것들이 과거의 전유물이라는 것인데, 아직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유리 베즈메노프:
물론입니다. 소련의 집단수용소 체계는 그 성격이 전혀 변하지 않았고 단지 수감된 죄수의 수자가 변할 뿐입니다. 소련의 통계는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확히 몇명의 정치범이 수용되어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다양한 정보출처를 통해서 추정하건대 2천5백만명에서 3천만명의 소련인이 사실상 노예로 살아가는 강제노동수용소에 수감되어 있음이 분명합니다. 캐나다 인구 전체에 맞먹는 규모의 사람들이 수용되어 있는 셈이죠.

미국의 대중들에게 소련의 집단수용소는 과거의 전유물이라고 주장하는 지식인들은 의도적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거나 아니면 선별적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습니다. 지성적 정직성(intellectual honesty)이 결여된 것입니다.

진행자:
지식인 계층이 아니라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동자들은 소련 체제를 지지합니까? 그들의 태도는 어떤가요?

유리 베즈메노프:
소련의 일반 시민은 소련 체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해치고 죽이는 체제이니까요. 정보가 부족하고 교육이 충분치 않아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는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만, 의식적으로 소련 체제를 지지하는 시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엘리트 계급에 속해서 사회주의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조차 다른 종류의 이유로 소련 체제를 증오합니다. 물질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마음대로 생각할 수 없고 항상 두려움속에 있으며 이중성과 분열된 인격으로 살기 때문입니다. 커다란 비극이죠.

진행자:
소련 국민이 실제로 현 체제를 극복하거나 다른 체제로 대체하려 할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십니까?

유리 베즈메노프:
소련 체제가 내부로부터 붕괴할 가능성은 상당히 큽니다. 사회주의/공산주의/전체주의 체제는 그 자체로서 자기파괴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국민의 충성심이 없고 잘못을 수정할 수 있는 소통이 없으니까요.

그러나, 서방세계의 다국적 기업들, 정부들, 그리고 지식인들이 - 미국 학계가 소련 체제에 우호적이라는 점은 유명합니다 - 소련 정권을 지지하고, 돈과 기술을 제공하고, 곡물 거래 협정을 맺고, 정치적으로 존중하는 한, 자유민주주의를 배반한 자들이 이런 식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소련 체제가 붕괴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소위 "미 제국주의"가 소련 체제에 영양공급을 계속 해 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본주의 진영이 자신을 파괴하려는 적에게 오히려 지지를 보내고 영양공급을 해주는 이런 상황이야말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역설(paradox)이 아닌가 싶습니다.

진행자:
뭔가 말씀하고 싶으신 것이 있는 것 같군요.

유리 베즈메노프:
맞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 행위를 멈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동수용소 체계에 편입되어 사회주의적 평등의 모든 장점을 누리고 싶지 않다면 말이죠. 어떤 장점이 있는가 하면, 돈을 받지 않고 일해야 하고, 몸에 득실거리는 이를 잡하야 하며, 널빤지 위에서 잠을 자야 할 것입니다. 장소는 알래스카쪽이 되겠군요. 미국인들이 각성해서 미국 정부가 소련 전체주의를 돕는 행위를 막지 않는다면, 그렇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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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채널 2nd™ 2020/09/09 07:04 # 답글

    역시 '노동 수용소'는 한없이 추워야 하는 북쪽, 동토가 좋겠군~

    (하지만, 망명해 봤자 .... 도찐 개찐일텐데)

  • 반달가면 2020/09/09 22:12 #

    소련에 시베리아가 있다면, 미국엔 알래스카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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