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 사전투표용지에 대한 선관위의 해명 일기/잡담

이전에 적었던 "정체불명 사전투표용지 등장"에서 이어지는 글.

멀쩡한 사전투표용지가 시흥시에 있는 폐지 야적장에서 선관위 내부 자료들과 함께 발견되었고, 이러한 내용이 7월 21일자 중앙일보에 나왔다. 이 사안에 대해 중앙선관위에서 공식적으로 해명 자료를 발표했는데,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여 투표용지가 시흥 고물상에서 나왔다"는 언론 기사에 관한 해명 - 중앙선관위

주요 내용 일부를 발췌하여 적어 보자면 아래와 같다.


...
사전투표용지의 청인과 사전투표관리관 도장 등을 확인한 결과 해당 투표용지는 부여군이 아닌 청양군 사전투표용지로 파악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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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전투표용지는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해 설치된 특별사전투표소(경북 경주시 양남면제2사전투표소, 현대차 경주 연수원)에서 인쇄 중 훼손된 사전투표용지로 파악되었으며 자세한 과정은 아래와 같습니다.

선거인의 지역구 투표용지가 정상 출력되고 비례대표 투표용지 출력 도중 투표용지 걸림현상(jam)이 발생하여 인쇄가 중단되었으며, 투표용지발급기의 앞․뒤 커버를 열고 롤용지를 정렬하여 다시 작동하였을 때 비례대표 투표용지와 지역구 투표용지 각 1매가 재출력 되었습니다.

사전투표사무원은 선거인에게 새로 출력된 투표용지를 교부하겠다고 안내하고 참관인에게 이 사실을 고지하였으며, 처음 인쇄된 지역구 투표용지는 선거인이 보는 앞에서 찢은 후 ‘훼손된 투표용지 등 보관봉투’에 넣은 다음 투표마감 후 봉인하였습니다.
...
사전투표관리관 및 사무원은 선거장비와 사전투표록 등 선거관계서류를 차량에 싣고 중앙선관위에 복귀해서 비대면으로 차량을 인계한 후 바로 자가격리에 들어갔습니다.

중앙선관위는 인수한 차량에 실려 있던 선거장비와 사전투표록 등 선거관계서류 중 경주시선관위에 인계해야 할 사전투표록 등은 등기우편으로 송부하였으나, 이 과정에서 양남면제2사전투표소 ‘훼손된 투표용지 등 투입봉투’가 누락되었고, 이후 다른 물품과 섞여서 폐기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한편, 2020. 7. 21.(화) 청양군선관위는 정당추천위원 참관 하에 관외사전투표지 확인결과 투표용지교부수와 투표수가 일치(1,778매)하였고, 유효표(1,751매)에서 언론 기사의 일련번호와 동일한 관외사전투표지 실물을 확인하였습니다.
...



정리하자면 이렇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해 설치된 특별사전투표소(경북 경주시)에서 지역구 투표용지 출력후 비례대표 투표용지 출력 중간에 용지걸림(jam) 발생하여 이후 지역구/비례대표 1장씩 재출력되었다. 처음 인쇄된 지역구 투표용지는 선거인 앞에서 찢은 후 "훼손된 투표용지 등 보관 봉투"에 넣은 다음 봉인하였다.

특별사전투표소는 중앙선관위 직원이 관리관으로 있었고, 관련 자료는 중앙선관위로 갔다가 해당 지역 선관위(경주시 선관위)로 배송했다. 문제의 훼손된 투표용지가 들어 있던 봉투 역시 경주시 선관위에 송부해야 하는데, 누락되어 다른 물품과 섞여서 폐기되었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몇가지 문제점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사전투표용지는 발급과정에서 사람이 직접 도장을 찍거나, 일부를 절단하여 별도로 보관하는 등 물리적인 변경 절차가 전혀 없이 프린터로 출력하고 끝이다. 따라서, 선관위 내부의 누군가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육안으로 유효성 식별이 전혀 불가능한 사전투표용지를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하다. 그저 선관위 직원들의 양심을 믿어야 할 뿐인듯.

해당 투표지가 들어 있는 봉투가 지역 선관위로 배송되지 않고 누락되어 다른 물품과 섞여서 폐기되었다는데, 봉투 겉면에 "훼손된 투표용지"라고 명시되어 있고 무려 "봉인"이 되어 있는 봉투가 선거 끝난지 몇개월 지나지도 않았는데 폐기된다는 것은 매우 이상하다.

누군가 배송 과정에서 이 봉투를 누락했다면, 누군가는 그 누락된 봉투가 방치된 것을 발견했을 것이고, 발견되었기 때문에 폐기물에 함께 포함된 것이다.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면 이 투표지는 경기도 시흥시의 폐지 야적장이 아니라 중앙선관위 어딘가에 봉투에 봉인된 채로 아직도 방치되어 있어야 정상이다.

문제는 봉투 겉면에 "훼손된 투표용지 등 보관 봉투"라고 명시되어 있고 봉인까지 되어 있으므로, 함부로 폐기하면 안되는 자료라는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 그런데, 그 자료를 "실수"로 시험용 모의 투표용지와 함께 폐기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부러 버린 것 처럼 보이는데, 고의성과 무관하게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징계가 필요한 사안으로 보인다.

선관위측은 유출 경위를 조사한 것만으로는 모자란다고 생각했는지, 정당추천위원 참관하에 관외사전투표지 보관함의 봉인을 해제하고 - 참관인만 있으면 이렇게 그냥 열어도 되는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 안에 들어 있는 투표지를 직접 확인했다고 한다.

1778매의 투표지를 꺼내 QR코드를 일일이 확인하여 언론 기사에 나온 QR코드 번호와 일치하는 사전투표지를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본의 아니게 선관위는 - 비밀선거임에도 불구하고 - 해당 선거인이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알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덧글

  • 漁夫 2020/07/27 23:05 # 답글

    그래도 선관위가 저게 부정 투표가 아님을 보이려면 (절차가 합법인지는 말씀처럼 모르겠지만) 실제 쓴 방법밖에 없었을 듯하네요.
  • 반달가면 2020/07/28 14:21 #

    다른 의혹에 대해서도 공격적(?)으로 더 자세히 규명하면 좋을텐데 매우 선택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합법적인 절차가 있을 것 같긴 한데 저렇게 급하게 한 것을 보면 절차 다 무시하고 진행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선관위에서 투표용지를 저런 식으로 버렸다는 것은 정말 이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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