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의 길로 치닫는 베네수엘라 일기/잡담

이전에 정리한 베네수엘라 관련 게시물들은 여기로

원문 기사는 여기로. 워싱턴 포스트에 게재된 기사다. 지난 며칠 동안 베네수엘라에서 국가 규모의 정전사태가 발생한 모양이다.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본다.


베네수엘라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붕괴(collapse)"에 대해 얘기해 왔다. 원유생산량 저하, 영유아 사망률 급상승, 물가 급상승 등을 표현할 때 비유적으로 사용하던 단어였다. 그러나 지난 목요일부터 베네수엘라 전역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하면서 붕괴라는 단어는 이제 비유가 아니라 실제상황을 표현하는 단어가 되고 있다. 전력공급이 끊기면서 21세기 생활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에 급제동이 걸렸다.

이미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고 있는 와중에 전력망의 붕괴는 대참사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이미 만성적인 배고픔에 시달리고, 다수의 국민이 식량부족으로 인하여 체중이 감소했다. 식량이 부족한 상태에서의 정전은 단순한 불편 정도가 아니다. 냉장고 사용이 불가능하게 되면 생명을 위협받게 되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은 참혹하다. 제대로 동작하는 예비용 발전기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소수이며 장기간 동안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의 발전기는 아예 없는 실정이다. 아이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수동 펌프를 사용하고 있는 간호원의 동영상이 소셜 미디어에서 퍼지고 있다. 수천명의 신장 투석 환자들은 서서히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될 위기에 처했다.

경제는 말 그대로 멈춰섰다. 초고속 물가상승으로 인하여 실물화폐 부족이 만성화되었고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지폐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이유로 대다수의 거래는 직불카드나 계좌이체 등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 전력공급이 중단되면서 돈에 대한 접근도 차단된 셈이다. 유일하게 가능한 거래는 미국 달러, 유로, 콜럼피아 페소 등 외화를 이용한 거래뿐이다. 그리고 대다수의 국민은 외화에 접근할 수 없다.

유선전화, 이동전화, 인터넷 연결도 대두분 차단되었다. 카라카스의 시민들은 이동전화가 가능한 장소를 찾기 위해 차를 몰고 돌아다니고 있다. 가능한 곳이 발견되면 수많은 차량이 몰려들고 사람들은 외국의 친척들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대부분의 국민에게 이제 바깥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 없다. 정부는 독립언론을 적극적으로 탄압해 왔고 마두로 정권은 전력 위기상황이 미국의 획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국경을 넘어 떠난 수백만명의 베네수엘라인들은 지난 며칠 동안 본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척들에게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떠난 사람들 상당수가 외국에서 돈을 벌어서 본국의 가족에게 보내고 있는데, 송금이 불가능해지면서 남아 있는 노인과 환자들, 그리고 어린이들은 특히나 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건강한 가족구성원은 돈을 벌기 위해 떠난 상태에서 전기가 끊어지고 돈을 받을 수도, 사용할 수도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정전을 야기했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베네수엘라의 전력망은 10년이 넘도록 쇠퇴를 거듭해 왔다. 전력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발생하는 일시적 정전은 이미 일상이었다. 국민들은 이미 6~8시간 정도의 정전에는 익숙하다.

그러나 이번 정전사태는 다르다. 원인에 대한 공식적인 정보는 여전히 없는 상태이나, 몇몇 보도에 의하면 산불로 인하여 주요 고압 송전선중 하나가 소실되면서 전력망 전체를 중단시키는 연쇄반응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일부 지역에서 일정 시간동안 벌어지는 정전이 아니라 며칠 동안 국가 전체의 전력공급이 중단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주말 동안 카라카스 일부 지역에서 전력 공급이 재개되었으나 간헐적으로 몇시간 동안 공급되는 상황이다.

지난 12년 동안 베네수엘라 정부는 전력망을 쇠퇴시켜 왔다. 전력회사들을 국유화한 이후 정부는 발전소와 송전망 유지보수를 위한 투자를 중단했고 전력망의 안정성은 서서히 저하되기 시작했다. 베네수엘라의 엔지니어들은 전력망을 신속히 보수하지 않으면 대규모 정전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이미 수년 동안 경고해 왔었다.




덧글

  • nolifer 2019/03/11 22:34 # 답글

    일말의 동정도 필요없습니다 그들이 선택했으니, 그들이 지불하는겁니다
  • 반달가면 2019/03/12 20:28 #

    사실 자업자득이긴 합니다. 허황된 유토피아의 종착점이 이런 것인가 싶네요.
  • 나인테일 2019/03/11 23:29 # 답글

    북한도 저 꼴이지만 붕괴되지 않았죠.
  • 과객b 2019/03/12 00:42 # 삭제

    조금 더 가열찬 민주화가 부족했나 봅니다.
  • 반달가면 2019/03/12 20:31 #

    베네수엘라는 속으로 곪고 있는 것을 무시하고 무분별하게 지출하며 사회주의 낙원 행세하다가 못 버티고 한꺼번에 몰락한 사례인 것 같습니다. 북한도 사회주의 국가인지라 "고난의 행군"을 겪었습니다만, 무분별하게 복지를 실행하는 대신에 예전부터 인민들을 계속 굶겨 왔습니다. 게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도와주는 나라들이 좀 있다 보니 버티는 것 아닌가 싶네요.
  • 헬센징 2019/03/11 23:45 # 답글

    개돼지들은 개돼지들의 삶을 살아야죠. 그게 정의 아니겠습니까?
  • 반달가면 2019/03/12 20:32 #

    안타깝지만, 자업자득입니다.
  • KittyHawk 2019/03/12 00:14 # 답글

    한국이 그 꼴이 될 수도 있다는게 비극이에요...
  • 반달가면 2019/03/12 20:32 #

    어느 나라도 저런 식의 몰락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그렇게 안 되도록 노력해야겠죠.
  • 과객b 2019/03/12 00:43 # 삭제 답글

    나는 그래서 전기 따위 없어도 되는 삶을 생각해 봤는데...... 어의를 불러라~ 어의를 불러라~~~~~
  • 반달가면 2019/03/12 20:33 #

    조선시대로 시간여행이죠;
  • 함부르거 2019/03/12 01:01 # 답글

    차라리 쿠데타라도 일어나서 뒤집어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누가 정권을 잡든 지금 정권보단 낫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반달가면 2019/03/12 20:34 #

    누가 정권을 잡던지 그 자가 사회주의자라면 결국 똑같을 겁니다. "다 같이 잘사는 세상"이라는 허울 뒤에 "나보다 잘난 놈들 망해버리면 좋겠다"는 질투가 숨어 있는 이데올로기가 권력을 등에 업으면 결국은 다같이 굶는 세상을 만들 수밖에 없으니까요.
  • 한뫼 2019/03/12 16:30 # 답글

    선택의 대가....
  • 반달가면 2019/03/12 20:34 #

    자업자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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