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식 소형 모듈러 원자로의 멜트다운(meltdown)이 벌어지면 얼마나 멀리 도망쳐야 하는가 일기/잡담

원문 기사는 여기로. 2018년 8월에 포브스(Forbes)에 게재된 기사다. 신형 원자로 기술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가 있기에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본다.


제목의 질문에 대한 답부터 말하자면, 도망갈 필요가 없다. 첫번째 이유는, 여기서 얘기하려는 소형 모듈러 원자로(Small Modular Reacto, SMR)는 멜트다운이 발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유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uclear Regulatory Commission, NRC)에서 이 원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그 어떤 종류의 비상사태도 그 영향력이 발전소 담장을 넘어가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과거와는 달리 이 원자로 근처의 주민들은 대피 계획을 가질 필요가 없다. 그냥 발전소 담장 바깥쪽에만 있으면 된다.

소형 모듈러 원자로에 대한 NRC의 판단은 테네시강 유역 개발공사(Tennessee Valley Authority, TVA)에서 제안한 클린치 강(Clinch River) 근처의 신규 원전에 대한 허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비상계획구역(Emergency Planning Zone, EPZ) 규모를 결정하면서 이루어졌다. TVA의 제안서는 뉴스케일(NuScale)사의 소형 모듈러 원자로를 포함하고 있다. 물론 이 검토 절차는 아직 진행중이고 TVA사도 최종 설계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

비상계획구역(EPZ)은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EPZ의 형태와 규모는 원자로 설계, 발전소의 상태, 산 등 주변 지형, 주변 인구 분포 등을 고려하여 설정된다.

과거에는 통상적으로 대피를 위한 지름 2마일(약 3.2km) 규모의 지역, 바람이 불어내려갈 수 있는 5마일(약 9km) 정도의 통로, 수증기 확산을 위한 지름 10마일(약 16km) 규모의 지역 등이 EPZ에  포함되었다. 음식물 섭취에 의한 피폭경로(Ingestion Exposure) EPZ는 원자로를 중심으로 지름 50마일(약 90km)의 지역에 대해 지정했다.

실질적으로 이러한 공간이 필요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넓은 지역을 비상계획구역이라는 이름으로 지정하는 것 자체가 사람들의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 뉴욕시에서 한심하게도 이러한 구역이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위험요소가 된다고 오해하여 인디언 포인트 원전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이유도 이것이다.

뉴스케일의 신형 소형 원자로는 이러한 구역 설정 자체가 필요 없다. 멜트다운을 비롯해서 사람들이 상상하는 최악의 원자로 사고 같은 것은 발생할 여지가 없다. 만에 하나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원자로는 정지하고 온도는 저절로 내려간다.

NRC는 올해(2018년) 뉴스케일 원자로의 보호체계를 승인했다. 과거의 원자로들은 복잡한 백업 전력공급을  갖추기 위해 상당한 비용이 필요했고 이 부분이 불확실성의 요소이기도 했으나, 이 신형 원자로는 백업 전력체계를 아예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인간이나 컴퓨터가 개입할 필요도 없고 별도의 전원이나 펌프도 필요 없으며 냉각을 위한 별도의 냉각수도 필요 없다.

그러므로, 근처에 산다고 해서 대피할 필요가 없다. 발전소 자체도 규모가 작아서 면적이 고작 60에이커(약 0.24km^2) 수준이다. 12개의 뉴스케일 원자로 모듈이 탑재된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풍력으로 대체하려면 무려 130,000에이커(약 526km^2) 이상의 땅이 필요하다.
 
이 소형 모듈러 원자로는 오레곤 주립대학 교수이자 뉴스케일사의 최고기술경영자(CTO)인 호세 레예스(Jose Reyes) 박사의 발명품이다. 작은 크기와 큰 표면적 대비 부피 비율(surface area to volume ratio)의 노심(reactor core)을 내진설계된 지하의 방열구역에 설치함으로써, 부가적인 전력이 없이도 원자로가 자연냉각될 수 있다.

추가적으로 아무도 원자로를 해킹할 수 없고
[ 자연냉각이 가능한 원자로이므로 악의적으로 멜트다운을 유도하는 것이 불가능 하다는 의미인 듯하다 ] 발전소를 멈추지 않은 상태로 연료 재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아마도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 이 원자로 설계가 전례 없이 빠른 승인을 획득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형 모듈러 원자로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뉴스케일 원자로 역시 모든 요소부품들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후에 트럭에 싣고 운반하면 되므로 원자로 건설 비용 측면에도 상당한 장점이 있다. 원자로 용기(reactor vessel) 등 대형 부품을 제작할 수 있는 시설은 미국내에 이미 존재한다.

원자력은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전세계적 환경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중요한 자산이다. 신재생에너지와 가스에만 집중하는 방식의 접근은 저비용/저CO2 에너지 생산에 실패했다. 천연가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2017년에 전기료가 25% 상승한 캘리포니아를 보라.

하버드와 카네기 멜론의 연구자들에 따르면,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완전히 예측가능하고 해결가능한 방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몇십년에 걸쳐 미국이 신뢰성 높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원자력 에너지를 포기하려 한다는 사실에 대해 정말로 심각하게 우려해야 할 것이다."

해결가능한 방안중 하나가 바로 - 뉴스케일의 소형 모듈러 원자로처럼 - 멜트다운이 불가능한 신형 원자로의 설치다.

레예스 박사는 "뉴스케일 원자로를 설계할 때 가장 높은 우선순위는 안전"이었다고 말했다. "NRC의 판단은 우리가 보유한 기술이 본질적으로 안전한 첨단 원자로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뉴스케일의 첫번째 원전은 유타(Utah)주의 유타 자치전력체계(Utah Associated Municipal Power Systems, UAMPS)에서 소유하고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daho National Laboratory)에 건설될 예정이다. 이 원전은 12개 모듈로 구성된 원자로를 사용하며 운영은 에너지 노스웨스트(Energy Northwest)에서 담당한다. 이 원전은 UAMPS의 신규 풍력 발전시설과 연동(load-follow)할 예정이다.

멜트다운 자체가 불가능하고 비상계획구역이 주민에게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이런 소형 원자로야말로 우리 모두가 기다려 왔던 기술이다.  


참고로 덧붙이자면, 원자로에 백업 전력이 필요 없이 자연냉각이 가능하다는 것은 후쿠시마 사고처럼 무지막지한 쓰나미가 원전을 덮쳐도 멜트다운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가 된다. 후쿠시마 원전은 지진은 견뎌냈으나 쓰나미로 인하여 냉각 시스템이 무력화되면서 멜트다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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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함부르거 2019/01/28 13:27 # 답글

    이거 실현만 되면 원자로 기술에서 대단히 획기적인 진보인 것 같습니다. 경제성이 얼마나 나오느냐가 관건이겠네요.
  • 漁夫 2019/01/28 17:27 #

    네 저도 자연냉각이 가능하다니 열손실이 커서 어쩔까 싶습니다.
  • 반달가면 2019/01/28 21:52 #

    대형 원자로 하나 대신 소형 원자로 여러개를 사용하는 것이고 복잡한 백업 전원/냉각시스템이 필요 없기 때문에 경제성 측면에서도 이득일 것 같습니다.

    SMR 기술이 원래 항공모함과 잠수함에 사용되던 것인데, 자연냉각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서 안전 측면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입니다.
  • dd 2019/01/29 23:19 # 삭제 답글

    smr 좋긴 한데 경제성 관련된 것 찾아보면 상상하는 것과는 거리가 좀 있습니다.
    신규 원전 지을 때 가능한 가장 큰 원자로를 지으려고 하는게 경제성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형 원전으로는 달성이 어렵다고 하는군요. 막상 이걸 정말 공산품처럼 찍어낼 수 있냐, 라고 하면 그건 또 아닌가봐요.
  • 반달가면 2019/01/30 11:31 #

    과거에는 분명히 어려웠을 겁니다. 그러다가 기술이 발전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이 해결되고 있는 과정이 아닌가 합니다. 본문에 언급된 뉴스케일 SMR의 경우 대형 원자로 대비 SMR이 가지는 경제성 측면의 단점을 상쇄/완화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 보입니다.

    원자로를 공장에서 만들어서 싣고 가면 되므로, 발전소 부지에서 건설이 이루어지는 동시에 공장에서 원자로 제작이 가능합니다.

    자연냉각이 가능하고 부가적인 냉각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냉각수펌프/제어시스템/관리인력 측면에서의 비용이 절약됩니다.

    멜트다운이 불가능하므로 발전소 주변에 대규모의 땅을 비상계획구역으로 지정할 필요가 없고 발전소 바깥쪽의 땅을 전부 다 활용할 수 있습니다.

    UAMPS에서 실제로 이 원자로를 가지고 발전소를 지을 계획이므로, 발전소가 완공되면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리고 대형 원자로를 대체할 수단이라기보다는, 우선은 대기오염과 CO2 배출의 주범인 화력발전소를 대체할 수단이 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겠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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