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원자력뿐이다. 일기/잡담

원문 기사는 여기로

월 스트리트 저널(Wall Street Journal)에 게재된 기고문인데, 화석연료와 원자력 발전 문제에 대해 나름 정리가 잘 되어 있는 듯하여 주요 내용을 여기에 옮겨 본다.


기후 과학자들에 따르면, 향후 30년 이내에 화석연료 사용을 급격히 줄이지 않는다면 지구 전체가 심각한 재난에 처할 위험성이 있다고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도덕적인 문제인 동시에 산술적인 문제다. 그리고 해결책의 큰 부분은 원자력발전이어야 한다.

전기생산, 난방, 자동차와 비행기의 동력 등 세계 에너지의 80%가 화석연료로부터 나온다. 게다가 가난하던 국가들이 가난에서 벗어나면서 에너지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화석연료의 소비도 빠르게 증가하는 중이다. 에너지 효율의 개선을 통해 이러한 부담을 줄일 수 있으나 증가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탄소배출을 진정으로 줄이고자 한다면, 훨씬 더 청정한 에너지가 필요하며 - 우리가 계산한 바에 의하면 - 연간 100조kWh의 전력을 생산해야 한다. 현재 세계 화석연료 소비량 전체가 그 정도 규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속도다. 이 목표치를 30년내에 달성하려면 매년 청정 에너지로 3.3조kWh 수준의 전력생산능력을 추가해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으로 이 정도 속도로 전력 수요를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자동차 엔진도 화석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려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최근에 독일에서 시도했던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 국가적인 차원에서 가장 야심적인 노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독일에서 신재생에너지가 가장 빠르게 증가했던 상황을 전 세계 수준으로 확장시켜서 계산해도 연간 0.7조kWh 추가할 수 있는 정도다. 필요한 3.3조kWh의 5분의 1 수준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세계 전체가 독일과 똑같은 수준으로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고 나선다고 해도 탄소배출 문제를 해결하는데 150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더 빠른 속도로 신재생에너지를 늘릴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심각한 문제들은 여전하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비용이 급격히 낮아지기는 했으나 석탄과 가스를 이용하는 화력발전에 대한 직접적이고 안정적인 대체 수단이 되지 못한다. 구름이 끼거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전력 생산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기상 조건이 좋을 때는 생산된 전력을 저비용으로 저장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전력은 사용되지 못하고 낭비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신재생에너지에 10억달러를 투자했던 빌 게이츠는 "모든 에너지 소비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는 배터리 기술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또한 풍력, 태양광, 수력 발전의 확대는 방대한 규모의 농지와 숲을 파괴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필요한 것은 탄소배출이 없으면서 빠르게 규모를 확대할 수 있고, 날씨와 무관하게 24시간 내내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면서 현재 발전소가 차지하고 있는 대지 면적을 증가시키지 않는 종류의 기술이다. 원자력발전은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스웨덴과 프랑스가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원전을 건설하면서 GDP 대비 전력생산 증가 속도는 독일의 신재생에너지 증가 속도의 5배였다. 스웨덴의 전력생산량이 2배가 되는 동안 탄소배출량은 반으로 줄었다. 원전이 주력인 프랑스의 전기세는 독일 전기세의 절반(55%) 수준이다.

그렇다면 왜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원자력발전을 지지하지 않는 것인가? 왜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전력 업계는 원자력을 확대하려 하지 않는 것일까? 중요한 원인은, 대다수 국가의 정책이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라 방사능에 대한 두려움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 에너지는 현재까지 고안된 전력생산기술 중에 가장 안전하다. 특히 지금도 대기오염으로 수십만명의 조기사망을 야기하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에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지난 60년동안 원전에서 심각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뿐이다. 이 사고로 60명이 사망했고 이후 저농도 방사능으로 인하여 수천명이 더 사망했다. 이것은 분명 심각한 사고다. 그러나 원전이 아닌 다른 발전소의 사고는 더욱 심각했다. 1975년에 중국에서 수력발전용 댐이 붕괴되어 수만명이 사망했고, 1984년 인도 보팔(Bophal)의 유니온 카바이드 발전소의 가스 누출 사고로 4천명이 사망했고 이후 1만5천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이들 사고를 가지고 수력발전과 가스화력발전 전체를 중단해야 한다고 비난하지는 않는다.

1979년 스리마일 섬(Three Mile Island) 원전 사고에서 사망자는 없었다. 2011년 일본에서 역사상 네번째로 큰 지진이 발생해서 쓰나미가 2만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발생시켰고 후쿠시마 원전을 덮쳐서 방사능 유출을 야기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방사능 노출로 인한 사망은 한명이었고 2016년에 사망했다. 반면에 대피 과정에서의 문제로 인한 사망이 훨씬 더 많았다.

원자력발전은 아주 소량의 방사능이라도 극단적으로 위험하다는 전제하에 규제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는 이미 연평균 3~200mSv(밀리시버트) 정도의 방사능을 받으면서 별 문제 없이 생활하고 있다. 관련 직업군에서 또는 의학적으로 권고되는 수치는 연평균 50mSv 정도다. 후쿠시마 사고에서 200mSv 이상의 방사능에 노출된 사람은 12명이었고 발전소 바깥쪽에 있던 사람들 중에는 누구도 50mSv 이상의 방사능에 노출되지 않았다. 아주 낮은 수준의 방사능도 측정하고 추적할 수 있으나 이렇게 매우 낮은 수준의 방사능은 해가 되지 않는다.

원전 폐기물 역시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그렇게 해결불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석탄을 비롯한 다른 발전수단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에 비하면 그 부피는 매우 작다. 미국인 한명이 평생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을 원전에서 생산한다면 탄산음료 캔 하나에도 못미치는 양의 폐기물이 생성된다. 지난 60년간 미국 원전 전체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축구장 하나 정도의 면적에 20피트(약 6m) 높이로 쌓아 놓을 수 있다. 현재 우리는 이 폐기물을 원전 근처에 콘크리트로 만든 저장공간에 보관하며(방사능은 콘크리트를 통과하지 못한다) 100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될 것이다. 그 이후에는 현재 설계중인 차세대 원자로에서 재활용하거나 영구매장할 수 있다.

원전을 반대하는 모든 이유를 다 가져와도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의 위험성과 비교하면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과도한 공포심일 뿐이다.  

원전을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확대한다면 비용 측면에서도 다른 발전 방식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 한국은 동일한 설계를 기반으로 원전 10기를 건설했는데 이미 화력발전보다 저렴한 가격에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 미국과 유럽에서 새로운 원전을 건설하려는 노력이 수많은 규제로 인하여 비용 증가와 시간지연을 야기했다. 그러나 향후에 표준화된 설계를 바탕으로 공장에서 제작한다면 다른 발전방식보다도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수백개의 원전을 지으면 청정 에너지에 대한 방대한 규모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

기후 참사를 막으면서 개발도상국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청정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현실적으로 유일한 방법은 원자력 발전이다. 현재 산술적으로 앞뒤가 맞는 전략은 이것뿐이다.



참고로,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탈원전을 병행하는 바람에 석탄화력발전을 늘려서 오히려 탄소배출량이 증가했고, 1975년 중국의 댐 붕괴로 발생한 사망자는 17만명이다.



핑백

  • 반달가면 : 탈원전/탈석탄의 선구자 독일 근황 2019-04-13 16:14:35 #

    ... 규모의 예산을 쏟아부으면 어떤 상황에 직면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인 듯하다. 참고로 이와 연관된 과거 게시물은 아래의 링크에. 탈원전의 선구자 독일 근황 지구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원자력뿐이다 탈원전의 선구자 독일, 그리고 프랑스 근황 ... more

덧글

  • 漁夫 2019/01/14 22:01 # 답글

    매무 명백한데 참 인정 안 하려 하더군요.
  • 반달가면 2019/01/15 21:01 #

    그게 저도 좀 의문입니다;;
  • 한뫼 2019/01/14 22:47 # 답글

    다 아는걸 손바닦으로 하늘 가리기 하고 있죠.뭐 받아먹었나?
  • 반달가면 2019/01/15 21:02 #

    의외로 모르는 것일지도... 라는 생각도 들고 있습니다;;
  • kuks 2019/01/14 23:02 # 답글

    선동 때문에 과학이 묻히는 비극이 재발되는 모습...
  • 반달가면 2019/01/15 21:02 #

    안타까운 일입니다...
  • 나인테일 2019/01/14 23:16 # 답글

    뭐 지구가 금성이 되어 불타오르건 얼음행성이 되건 그 사람들이야 남탓만 하고 있겠죠. 이거만큼 세상 속 편한게 어디 있겠어요. ㅋ
  • 반달가면 2019/01/15 21:02 #

    남탓을 하건 말건 결국 대가는 다 같이 치르게 될 겁니다. 생각이 어떻든 현실은 현실이니까요;;
  • 냥이 2019/01/14 23:19 # 답글

    이 글을 읽어보다 제가 적은 글이 생각 나더군요. ( http://nambal.egloos.com/1937473 )
  • 반달가면 2019/01/15 21:03 #

    ... 사실 태양광도 문제인 것이, 20년 후에 폐기되는 패널들 다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그것도 골칫거리입니다. 카드뮴 같은 중금속이 들어 있어서 그냥 막 땅에 묻을 수도 없다던데;;
  • 무명병사 2019/01/14 23:25 # 답글

    불편한 진실을 알려야한다며 떠드는 분들이 외면하시는 불편한 진실이군요.
  • 반달가면 2019/01/15 21:03 #

    본문의 내용이 불편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틀린 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 2019/01/15 10:0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9/01/15 21:0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스카라드 2019/01/15 10:05 # 답글

    핵발전소 근방에 역세권이라도 들어서지 않는 이상 국내에서는 핵발전소는 영원히 혐오시설이 될 겁니다. 보육시설이나 요양원은 인간적인 도리로 마지못해 받아들인다고 해도 핵발전소의 경우는.....(...) 일단 국내 한정으로는 핵발전소에(원자력) 관련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부동산 장사판에 달려 있지요.


    ps. 한수원 병신,이라는 사실도 한몫 거들지요.
  • 반달가면 2019/01/15 21:04 #

    어쩌면 원전과 관련된 객관적인 사실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기 때문인 지도 모르겠습니다.
  • 천하귀남 2019/01/15 11:49 # 답글

    원전은 엄청난 수준의 안전 관리가 필요한데 이걸 해야 하는 기업, 정부, 정치권이 신뢰 가능한가요?
    조직에 누가 된다는 이유로 은폐하고 넘어가는 짓 안 한다는 보장이 가능할까요?
    사고 터진 후 원인 규명과 피해 보상이 제대로 될까요?

    대한민국 이라는 나라와 국민이 이 부분을 얼마나 신뢰할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 반달가면 2019/01/15 21:06 #

    조직에 누가 된다는 이유로 함부로 운영하다가 원전 터지면, 거기 근무하는 오퍼레이터와 엔지니어들은 은폐고 뭐고 당장 본인들부터 제일 먼저 죽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원전을 지금까지 40년 넘게 운영해 왔고, 원전 사고로 죽은 사람이 단 한명도 없습니다. 정치권은 모르겠고, 최소한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신뢰할 만한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원전뿐만 아니라 수력이나 화력발전소 역시 엄청난 수준의 안전관리가 필요합니다.
  • kuks 2019/01/16 00:05 #

    천하귀남님께 감히 한마디하자면 후쿠시마 사고이후 전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의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상당한 독립성을 갖추고 관련법과 조직정비가 이뤄진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발생한 원전부품비리사건으로 모든 원전의 전수조사가 이뤄지면서 조직에 누가 된다는 이유로 은폐한다는 것은 옛말이 된지 오래입니다.
    게다가 원전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상시 모니터링 자료를 공개한지도 오래구요.

    이것도 못 믿는다면 IAEA라는 국제기구가 있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사고은폐는 거의 불가능하고 그 원인규명에 따라 직접적인 불이익은 없어도 국가신인도 하락과 국제적인 외교통상압력이 따르게 되지요.
  • 화석연료라고 2019/01/16 14:06 # 삭제 답글

    다 이산화탄소 뿜뿜 오염물질 뿜뿜하는거 아님
    저감기술이 괜히있는게아닌데 후진국에서는 그비용 아깝다고 안달아서 그렇죠

    게다가 최근에는 증기가 아니라 이산화탄소로 터빈돌리는 발전소까지나왓음 (발전된포집+저장기술덕에 배충은0수준)
    단가는 킬로와트 시간당0.06달러라고
  • 반달가면 2019/01/16 21:26 #

    저감기술이 괜히 있는게 아니긴 하겠습니다만, 유럽 최악의 대기오염원이 독일의 화력발전소들이고 독일의 탄소배출량은 오히려 증가(2013~2015년)했습니다. 선진국에서도 그렇게 쉽게 탄소배출량을 줄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현재의 저감기술은 효과와 경제성 측면에서 아직은 역부족이 아닌가 싶습니다. 즉, 현재는 선진국에서도 화력발전소는 여전히 이산화탄소를 마구 뿜어내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나라의 화력발전소도 마찬가지고요.

    언급하신 CO2 터빈은 제가 잘 몰라서 그런데 실제로 상용화가 된 기술인가요? 만약 상용화되었다면 현재 화력발전소 실제로 적용되고 있는지요? 관련 자료에 대한 링크를 걸어주시면 더 좋을 듯합니다.
  • 화석연료라고 2019/01/16 22:00 # 삭제

    전 기사만 본거라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8060344441
    한국언론 기사중에 그나마 가장 최근기사
    그발전소는 상용화는 아니고 아직까지는 시험가동중인듯
    한국언론쪽에 후속보도 없는거봐서는 실생산이 늦춰졌거나 한국언론이 보도안한거죠 뭐
    더 자세한걸 알려면 미국언론이나 사이언스 뒤벼봐야하는데 귀찮;;;;
  • 반달가면 2019/01/17 17:38 #

    링크 감사합니다.

    소규모(25MW) 시험용 발전소네요. 관련 자료를 좀 더 찾아보니 2021년까지 해당 발전소를 300MW 수준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실질적인 상용화 계획은 아직 잡혀있지 않은 것 같은데 어쨌든 최소한 2021년 이후가 될 것이겠고요.

    화력발전소에서 CO2 포집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가 CO2를 포집하면 발전 효율이 떨어져서 전기생산이 줄어들기 때문인데 CO2 터빈을 추가로 설치해서 떨어진 효율을 보상해 줄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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