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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 위기의 경제, 떠나는 사람들 일기/잡담

원문 기사는 여기로

BBC뉴스 기사인데, 베네수엘라가 산유국임에도 불구하고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몰락했는지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설명이 되어 있기에 주요 내용을 여기에 정리해 본다.


1. 베네수엘라의 문제점들

베네수엘라의 다섯가지 주요 수치
- 인구 3230만명
- 2014년 이후 국외로 떠난 인구 230만명
- 정부의 수익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 95%
- 2018년말까지 물가상승률 예상치 1백만% (IMF 추정치)
- 사회주의 정권 집권 기간 19년

베네수엘라인들의 일상에서 가장 큰 문제는 초고속 물가상승(hyperinflation)이다. 야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국회에서 최근 조사한 바에 의하면 지난 7월 기준으로 연간 물가상승률은 8만3천%였다.

물가는 평균 26일에 2배씩 올라갔고, 수많은 베네수엘라인들이 음식과 세면도구 등 기초생필품을 구하지 못해 고생하고 있다. 커피 한잔의 가격은 최근까지 무려 2백5십만 볼리바르였고, 물건을 현금으로 구입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지난 8월 20일에 화폐단위조정(리디노미네이션, redenomination)이 있기 전까지 커피 한잔을 마시려면 가장 높은 액면가인 10만 볼리바르 지폐를 25장 내야 했다.

현금을 배낭에 가득 넣고 다녀야 하는 불편을 피하기 위해 베네수엘라인들은 소액거래에도 계좌이체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BBC 남아프리카 특파원에 따르면, 수도 카라카스(Caracas)의 식당에서 웨이터들은 팁을 계좌이체로 받기 위해 손님들에게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있었다.

2. 초고속 물가상승의 원인

물가상승의 원인을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서 보자면 공급되는 재화보다 재화를 사려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최대의 석유매장량을 자랑한다. 그러나 바로 이 풍부한 석유가 여러 경제 문제의 악화를 부채질한 측면도 있다. 석유가 워낙 풍부했기 때문에, 베네수엘라는 다른 산업에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 석유를 수출하고 번 달러를 가지고 필요한 물품들을 수입했던 것이다.

베네수엘라가 수출로 버는 돈의 95%를 차지하는 것이 석유다. 그러나 2014년 급격한 유가하락이 발생하자 베네수엘라는 외화부족에 직면했다. 이로 인하여 수입할 수 있는 물품의 양이 줄어들었다. 물품 공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화폐를 마구 발행하고 서민들의 지지를 얻겠다는 이유로 주기적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이 겹치자, 화폐는 그 가치를 급격하게 잃어버렸다.

정부 역시 일부 국채에 대해 채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점점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고 있다. 채권자들이 더 이상 베네수엘라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정부는 더 많은 화폐를 발행했고 물가상승을 더욱 부채질했다.

3. 정부의 대응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 8월 20일에 구권인 "강 볼리바르(strong bolivar)"에서 0 다섯개를 뺀(액면가를 10만분의 1로 변경한) 신권 "주권 볼리바르(sovereign bolivar)"로 화폐를 변경했다.

지폐는 2, 5, 10, 20, 50, 100, 200, 500 주권 볼리바르 이렇게 8종이고 동전 2종을 새로 도입했다.

정부는 새로운 화폐가 "경제 정책 패키지"의 일부이며 침체된 베네수엘라의 경제를 부흥시킬 "마법 처방(magic formula)"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화폐 변경외에 아래와 같은 조치들이 실행된다.

- 9월 1일부터 최저임금을 34배 인상
- 주권 볼리바르를 매장되어 있는 원유와 연결된 가상화폐인 페트로(petro)를 기준으로 운용
- "조국 ID(Fatherland ID, 마두로 정권이 신청자를 심사하여 주민등록증과 별도로 발급하는 신분증)"를 소지하지 않은 국민에 대한 석유보조금의 제한
- 부가가치세를 4%에서 16%로 인상

4. 국민들의 반응

많은 국민이 베네수엘라를 떠났다. UN에 의하면 경제위기가 시작된 2014년 이후 230만명의 베네수엘라인이 모국을 떠났다.

대다수는 이웃한 콜럼비아로 갔고 거기에서 일부는 에쿠아도르, 페루, 칠레 등지로 이동했다. 남쪽의 브라질로 이동한 사람들도 있다. 또한 20만명 이상이 스페인으로 갔는데, 이들은 대부분 1950~60년대에 스페인에서 베네수엘라로 왔던 이민자들의 자식들이다. 이러한 대량이민은 서반구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강제이주에 속한다.

5. 베네수엘라에 남아 있는 사람들

새로운 화폐는 당분간 현금거래의 불편함을 완화해주겠지만,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신권을 구한 사람들도 있지만 은행 앞에서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초인플레이션의 근본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신권도 결국 구권과 동일한 문제에 직면할 것이며, 수개월내에 화폐의 가치는 급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용주들은 최저임금이 34배가 올라가면 어떻게 임금을 지급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소비자들은 여전히 진열대가 텅 빈 수퍼마켓에 가고 있으며 일부 도시에서는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 부족으로 물과 전기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전기와 물 부족은 가정과 업체에게도 문제지만 공공 병원에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수술과 치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베네수엘라를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임신한 여성들은 출산을 하기 위해, 엄마들은 아이에게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 국경을 넘어 콜럼비아의 병원으로 가고 있다.

국경을 넘을 수 없는 사람들은 약을 구하기 위해 수일 또는 수주를 헤매고 다녀야 한다. 식량 부족으로 인하여 아동 영양부족 수준은 사상 최악이다.

6. 누구의 잘못인가

일부 문제는 아주 오래전에 시작되었지만, 1999년에 우고 차베스가 이끄는 - 그리고 최근에 니콜라스 마두로가 계승한 - 사회주의 정부가 집권한 이후로 많은 베네수엘라인들이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차베스와 마두로를 지목하고 있다.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따르면, 차베스 대통령의 정책들의 목표는 서민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했으나 - 차베스가 집권할 당시 베네수엘라는 심각한 소득불평등이 있었다 -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차베스는 서민이 저렴하게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하겠다면서 밀가루, 요리용 기름, 세면도구 등의 가격에 상한선을 정하고 통제했다. 이로 인하여 생필품을 공급하던 업체들은 더 이상 이익을 낼 수 없게 되었다.

비판자들은 또한 2003년에 차베스가 도입한 외환 통제는 달러 암시장을 발달시켰다고 주장한다. 외환 통제 이후로 볼리바르를 달러로 교환하려면 정부에서 운영하는 환전기관에 신청을 해야 했다. 수입 등 소명 가능한 목적이 있다고 판정 받은 사람만이 정부가 정한 고정환율에 따라 달러를 구매할 수 있다. 마음대로 달러를 구입할 수 없게 된 베네수엘라인들은 암시장으로 몰렸고, 한때는 1달러를 사기 위해 650만 볼리바르를 지불해야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를 열렬히 지지하는 계층도 있는데, 이들은 베네수엘라의 문제가 차베스와 마두로 때문이 아니라 쿠데타를 모의하는 국내의 적대세력과 미국, 콜럼비아 등 국외의 "제국주의자들"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미국의 제재로 인해 정부의 채무 구조 개편 노력이 방해받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정부의 사회보장 프로그램의 직접적인 혜택을 받고 있으며 물자 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베스가 집권하기 전보다 지금이 여전히 더 살기 좋은 환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짧은 기사 하나로 한 국가의 몰락을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대강의 상황을 요약해 보자면 사회주의 정권이 인위적으로 시장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내수 기반이 무너졌고 석유를 수출한 돈으로 물품을 계속 수입하면서 버텨오고 있던 와중에 유가 급락이 오자 그대로 몰락해 버린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아직 석유가 충분히 있으니, 그걸로 핵심 지지층을 유지하면서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고 나머지 국민들은 빈곤에 허덕이거나 국외로 떠나는 상황인듯.

경제회생을 위한 정책 패키지 부분을 보면, 금 보유량이 아니라 석유 보유량을 기준으로 "페트로"라는 가상화폐를 만들고 새로 발행한 주권 볼리바르는 페트로를 기준으로 운용하겠다는 것 같은데,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예전처럼 무차별적으로 화폐를 발행하지는 않겠다는 의미인 듯. "조국 ID"와 보조금에 대한 내용은 관련 기사를 좀 더 찾아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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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네리아리 2018/08/29 00:51 # 답글

    ㄱ. 부가가치세를 4%에서 16%로 인상
    ㄴ미쳤군요. 부가세를 16%라니...
  • 함부르거 2018/08/29 13:02 #

    부가세 16%가 미친 세율은 아닙니다. 유럽권에서는 부가세 20%씩 하는 나라도 있는데요 뭘.

    하지만 베네수엘라 경제상황에서 저렇게 갑자기 올려 버리면 물가는 더 오르겠죠. -_-;;;
  • 반달가면 2018/08/29 22:26 #

    최저임금 34배 올린다는데 부가세 4배 올리는 것도 뭐 그럴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 2018/08/29 02:2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8/29 22:2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콩키스타도르 2018/08/29 08:10 # 답글

    석유보유량을 기준으로 화폐를 만드는것도 말도 안되죠. 석유가 정확히 얼마나 있는지 누가 알아요. 그냥 자기맘대로 화폐 만드는거죠. 매장량은 조사기관마다, 공무원마다 다를게 뻔합니다.
  • 반달가면 2018/08/29 22:27 #

    뭘 정확하게 기준으로 정해서 만든다기보다는 그냥 무작정 화폐를 찍어서 뿌리는 짓은 안하겠다 정도 아닐까 싶습니다.
  • 3인칭관찰자 2018/08/29 09:12 # 답글

    대가리가 깨져도 마두로를 끝까지 못 잃는 마두로빠 베네수엘라인들 보면 그야말로 종교 수준이네요. 뭐 신앙심 하나만은 대단하다 싶습니다.
  • dd 2018/08/29 10:23 # 삭제

    대한민국의 대깨문들도 신앙심은 뒤지지 않습니다.
  • 반달가면 2018/08/29 22:27 #

    상당수가 등을 돌린것 같긴 한데 어쨌든 열렬한 지지층은 먹고 살만하니까 지지하고 있을 겁니다. 석유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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